겉보기에 업무 범위 안의 지시처럼 보이더라도, 수행이 불가능하거나 능력·경험과 동떨어진 낮은 업무를 명하는 행위라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업무 지시라는 이유만으로 문제 삼기 어려울까요?

직장 내 괴롭힘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상사가 시킨 일이 분명히 이상한데, 업무 지시라는 이유로 문제 삼기 어렵다고 느끼는 경우입니다.

폭언이나 폭행처럼 명백한 행위가 아니라, 겉으로는 업무처럼 보이는 지시이기 때문에 더 판단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업무 지시의 형식을 갖추었다는 사정만으로 언제나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까지가 업무상 적정범위인가

직장 내 괴롭힘에서 문제 되는 행위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폭행이나 폭언처럼 누가 보아도 업무 범위를 벗어난 행위이고, 다른 하나는 겉으로는 업무 범위 안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행위입니다. 실무에서 다툼이 많은 지점은 주로 후자입니다.

법원은 업무상 명백히 불필요하거나 수행이 불가능한 것을 강제하는 행위, 능력이나 경험과 동떨어진 낮은 수준의 업무를 합리적 이유 없이 명령하는 행위도 직장 내 괴롭힘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본 바 있습니다. 대구지방법원 항소심 2022. 6. 15. 선고 2021나314644 판결의 취지입니다.

또한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인지는 사회통념상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행위 양태가 상당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고 봅니다. 이에 더해 피해자와 같은 처지의 평균적인 사람 입장에서 신체적·정신적 고통이나 근무환경 악화가 발생할 수 있는 행위였는지, 실제로 그러한 결과가 발생했는지도 함께 살펴봅니다. 창원지방법원 항소심 2024. 5. 30. 선고 2023나102346 판결에서도 이러한 판단 구조가 문제 되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렇게 살펴봅니다

이 판단을 실제 사건에 적용할 때는 순서대로 짚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문제 되는 지시나 행위가 애초에 업무범위 안에 있다고 볼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업무범위 안에 있다고 인정되더라도 곧바로 적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음으로 그 지시가 실제로 업무상 필요했는지를 봅니다.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문제 될 여지가 커집니다.

마지막으로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지시의 방식이나 정도가 사회통념상 상당한 수준이었는지를 살핍니다.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와 시간, 행위의 내용과 지속성, 관련 업무의 성격 등 구체적인 사정이 함께 고려됩니다.

특히 최근 실무에서는 업무범위 안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지시라도 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담당자의 경력·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의 업무를 합리적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부여하는 경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여지를 검토합니다. 업무 지시였다는 이유만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고 단정할 것은 아닙니다.

상담에서 자주 확인하는 부분

실제 상담에서도 지시받은 업무가 정말 그 자리에 필요한 일이었는지, 담당자의 경력과 직무에 비추어 합리적인 수준이었는지가 자주 쟁점이 됩니다.

노무 실무에서는 이 부분을 단순히 업무 지시였는지로만 판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업무범위 해당 여부와는 별개로 필요성과 상당성을 나누어 살피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 되는 지시가 있었다면 지시의 내용, 반복 기간, 지시를 받은 사람의 직무와 경력, 실제 수행 가능성,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나 근무환경 변화까지 함께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

업무 지시라는 형식을 갖추었다고 해서 그 내용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시된 업무가 실제로 필요했는지, 담당자의 상황에 비추어 합리적인 수준이었는지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업무 지시 방식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구체적인 사정을 바탕으로 다툴 여지가 있는지 검토가 필요합니다.

관련 칼럼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 먼저 정리해야 할 자료 신고, 조사, 손해배상 검토 전 준비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