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심의위원회는 법률 전문가만으로 구성되지 않기 때문에, 의견서는 어려운 법률용어를 나열하기보다 사건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우리 입장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문장으로 작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교폭력 사건에서 의견서를 준비하는 학생과 보호자는 흔히 ‘어떤 주장을 담을 것인가’에 집중합니다. 그런데 그 의견서를 실제로 읽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최근 대리한 사건에서도 심의위원회는 신고된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는 해당 사안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자료를 바탕으로 한 개별적인 결과이며, 모든 사건에서 같은 결론이 나온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사건을 정리하면서 다시 확인하게 된 것은, 무엇을 주장하느냐 못지않게 그것을 어떤 문장과 구조로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심의위원회는 법률 전문가만으로 구성되지 않습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법률 전문가만으로 구성되지 않습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은 전체 위원의 3분의 1 이상을 해당 교육지원청 관할 구역 내 학교에 소속된 학생의 학부모로 위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폭력 의견서는 법원에 제출하는 준비서면과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원에 제출하는 서면은 법리와 판례를 근거로 한 논증에 익숙한 판사가 읽습니다. 반면 학교폭력 의견서는 법률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위원도 함께 읽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어려운 법률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복잡한 법리를 길게 설명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의견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건을 처음 접하는 위원이 읽더라도 학생이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다투는지, 왜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지를 곧바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쉬운 문장으로 입장을 드러내는 방법
의견서를 쉽게 쓴다는 것이 단순히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먼저 인정하는 사실과 다투는 사실을 분명하게 구분해서 밝히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사실관계를 길게 나열한 뒤 마지막에서야 입장을 밝히면, 위원 입장에서는 그 서면이 결국 무엇을 주장하는 것인지 스스로 정리해야 하는 부담이 생깁니다.
다음으로는 사실과 판단을 연결해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실관계만 자세히 적어 놓으면 그 사실이 왜 중요한지를 위원이 스스로 판단해야 하고, 법적인 주장만 적어 놓으면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급적 다음과 같은 흐름이 하나의 문장과 문단 안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의견서를 작성합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무엇인지 → 그 사실이 왜 중요한지 → 따라서 학교폭력 해당 여부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마지막으로는 문제가 된 행위를 전체 맥락에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카카오톡 대화가 문제되는 사건이라면 특정 문장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앞뒤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누가 먼저 대화를 시작했는지, 일회적인 상황인지 반복된 상황인지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증거자료 역시 많다고 반드시 유리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 자료를 선별하고, 각 자료가 어떤 사실을 뒷받침하는지를 의견서와 연결해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 사건을 검토할 때도 전체 맥락을 살펴봅니다
실제 사건에서도 카카오톡 대화 중 일부 표현만 떼어 놓고 보면 학생에게 불리하게 보일 여지가 있었지만, 전체 대화를 살펴보면 그 전후 경위와 반복성 여부 등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건에서는 특정 표현만을 강조하기보다, 전체 대화의 흐름은 어떠했는지, 문제가 된 표현이 어떤 상황에서 나온 것인지, 제출된 자료가 각각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가 드러나도록 의견서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학교폭력 사건에 동일한 작성 방식이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사건의 내용과 확보된 자료에 따라 무엇을 강조해야 하는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학교폭력 의견서는 법률적으로 필요한 내용을 갖추는 것 못지않게, 법률 전문가가 아닌 위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려운 용어로 논증하기보다, 인정하는 부분과 다투는 부분이 분명히 드러나는지, 사실과 판단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우리 입장이 사건을 처음 읽는 사람에게도 쉽게 전달되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